01 ) 처연(悽然)
02 ) Hush
03 ) 그때 알았다면
04 ) Addicted Love(중독)
05 ) 너구리의 사랑
06 ) 애인
07 ) Remember
08 ) 애수
09 ) 내 마음을 뺏어봐
10 ) 하얀 그리움
앨범 커버 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두 여성 멤버의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 사진 때문에 이들을 평가절하할 뻔 했다. 그래서 전통과 역사의 <동아기획>이 이렇게 배신을 때릴 수가 있을까 잠시 속상해 하기도 했다. 이들의 오랜 고집과 장인 정신이 결국 경영란에 봉착한 탓이리라는 추측과 함께...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런 식의 억측은 여지없이 박살이 나고 말아야 더욱 재미가 있는 법이 아닌가? UCLA의 피아노과를 졸업한 조수아와 한양대 작곡과 출신의 김일진이 만나 조직된 2인조 보컬 그룹이다. 전체적으로 밝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팝, 소프트 록, R&B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 해법에 있어 클래시컬한 방법론을 따른다는 점에서 여타 여성 보컬 팁들과 차이가 난다. 이미 해체하고 유학 길과 솔로 아티스트로의 활동에 주력 중인 베이시스와는 여러 모로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정서가 다르다. 베이시스의 경우 처절하리만큼 어둡고 애절하지 않았는가? 물론 이들이 순수 음악에서 대중 음악으로 방향성을 전환하던 시기에 조우한 국내 아티스트 가운데 박정현, 이현도, 리아, 이기찬, 아일랜드, 그리고 베이시스가 두루 포함되어 있었던 탓에 아직은 그들의 음악에서 고루 장점만을 취해 온 느낌을 주기는 한다.
1998년 11월 결성한 이래 1년여의 긴 준비기간을 거쳐 조심스레 발표한 앨범이니만큼 큰 모험이나 자신들만의 음악적 주장을 펼치기엔 아직 시기상조였으리라는 생각을 해보긴 했다. 직접 작곡과 연주, 프로듀스에 많은 부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 쉿(hush)! 조용히 한 번 들어보자. 앨범의 여덟 번째 트랙 '애수'는 정말 죽음이다. 동명 타이틀 트랙 Hush에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브라스 세션 팀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의 멋진 연주가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 국내파 세션 맨들의 이름도 앨범을 빛낸다. 주민등록증 발급 받고도 이런 정도의 세션 맨들 이름을 모른다면 그건 정말 간첩이다 싶을 정도의... 아직은 가능성만 많은 이들이지만 운과 경험 그리고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만 좀 더 조성되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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