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情이 담긴 김건모의 아홉번째 이야기 은 8집에서 보여주었듯이 이번에도 그는 애써 사람들의 귀를 잡지 않는다. 타고난 정확한 발음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특유의 미성이 너무나 편한 창법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하지만 예전보다 더욱 깊이 가슴을 파고 들기 때문이다.
이전 앨범들부터 조금씩 엿볼 수 있었던 원숙미가 이번에는 조금 더 두드러져 보인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는 이제는 단순히 이별을 슬퍼하기보다는 그 이별을 내면에 조심스럽게 녹여내고 감수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가슴 아파한 채 떠나가는 사람을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마음을 그린 '사랑이 날 슬프게 할 때', 경쾌한 멜로디와 현실에 대한 좌절을 버무리는 역설의 매력도 빠뜨리지 않고 이어지며 '완벽한 남자 콤플렉스'가 만연한 현실에 대한 풍자를 그린 '여자들이란', 거듭되는 불경기와 첨단 유행에 몸과 마음이 뒤쳐진 채 좌절하는 남자들의 비애에 대한 곡 '경매'등이 수록되었다.
이번 앨범에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가족에 대한 情”은 변함없이 앨범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재즈의 멜로디를 가미하여 더욱 애잔하게 다가오는 가사가 담긴 '가족'과 앨범의 타이틀곡인 '잔소리'는 보사노바풍의 세련된 스트링이 전율을 주는 곡으로 이제는 함께한 시간이 너무 오래 되어 물과 공기 같은 존재가 되어있지만 항상 미안함을 금할 길 없는 연인이나 부부의 애틋한 정을 노래한다.
항상 그러했듯이 다양한 장르에 대한 열정적인 시도를 통해 매너리즘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았다. '잔소리'에 이은 서브 타이틀 곡 'Mr.빅맨'에서는 마이애미 사운드와 힙합 리듬을 가미하여 댄스곡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다.
오랜 시간 그림자처럼 함께 호흡해온 마니아들에 대한 배려도 섬세하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을 것 같은 명곡 '장미'(by '사랑과 평화')를 마치 자신의 창작곡인 듯 완벽히 해석해 놓았고 앨범의 전체적인 성향과 맥을 같이 하는 홍민의 '석별'을 선택함으로써 들을 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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